한쪽 서평

다시 찾는 우리 역사

양화 2006. 7. 5. 11:20

 

한영우 지음/경세원/716면/2005

고등학교 때까지의 국사 공부를 생각하면 외워야 할 연도와의 전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나라가 언제 건국되었는지, 언제 멸망했는지, 한강 유역을 백제가 차지한 건 몇 년이었는지, 임진왜란은, 조선 후기를 가득 채웠던 사화들은 모두 몇 년에 있었던 건지. 연도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역사적 사건의 원인과 결과, 뒤따르는 영향, 그런 것들은 묻혀졌고 역사를 움직여간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오리무중이 되어버렸습니다.

과학의 진보를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것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역사도 그럴 것입니다. 역사에서 얻은 것들을 지금 요긴하게 쓰기 위해서는, 그래서 역사책이 필요합니다. 처음 이 책을 보면, 딱 수험서 스타일에, 더 무거워지고 커진 국사 교과서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이루는 다양한 배경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앞부분을 읽으면 이 책이 다른 책과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 공부에 청춘을 바친 한영우 교수님은 우리 역사가 저 광활한 중국도, 외따로 떨어진 섬나라 일본도 아닌 한반도라는 점에 먼저 방점을 찍었습니다. 우리 땅과 자연환경을 먼저 알고 언어나 종교, 춤, 그림 같은 예술, 우리만의 독특한 공동체 문화, 기록문화 등을 살피다 보면, 각 나라의 자연환경과 영토가 그 민족이나 나라의 특질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문화가 더 우월하냐는 질문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석굴암을 통해서는 우리 건축이 천지인(天地人)의 조화라는 동양적 이상을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우리 왕조 교체가 다른 나라에 비해 늦게 이뤄진 것이 결코 역사발전이 느려서가 아니라 한 사회가 생기고 발전하고 사라지는 자연소멸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놀랐던 것은 여러 사관을 살피면서 주체사관의 장점까지 거론한 점입니다. 균형있는 시각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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