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서평

나의 미카엘

양화 2006. 7. 5. 11:44

 

아모스 오즈 지음/최창모 옮김/민음사/304면/1998

가족이 있고,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는 데도 가끔 못 견디게 외롭습니다. 그런 감정은 깊은 밤 잠에서 깨었을 때, 먼 곳으로 가는 햇빛 잘 드는 버스 창가에 기대어 있을 때, 해가 뉘엿뉘엿 지는 강가 같은 곳에서 불현듯 찾아듭니다. 세상에는 나 혼자뿐이라는 자각만이 선명해지면서 간혹 눈가가 붉어지고 울대가 아파오기도 합니다. 처음엔 그런 기분을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방정을 떨었지만 지금은 그냥 받아들입니다.

어느 겨울 아침 계단에서 미끄러질 뻔한 한나는 자신의 팔꿈치를 잡아준 청년 미카엘을 사랑하게 됩니다. 누구나 거치게 되는 일상적인 과정을 거쳐 그와 결혼을 하게 되고요. 미카엘은 한나에게 비로소 ‘나의 미카엘’이 됩니다. 남편은 공부를 하고, 아내는 살림을 하고, 창가에 서서 계절이 오고가는 것을 지켜보며 아이를 갖게 됩니다. 그런데, 한나는 그 집에서 남편과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한나가 특별히 불행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남편은 성실하고 착하며 아이는 아이답지 않게 사려 깊습니다. 그런데도 한나는 시시때때로 꿈을 꿉니다. 결혼과 사랑, 저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꿈꿉니다. 그 꿈과 몽상을 통해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을 끊임없이 갈망합니다. 한나는 안정되고 행복해 보이는 결혼생활 속에서 어떤 불온한 냄새를 맡은 것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근원적인 고립감 같은 것이었을 겁니다.

한나는 미카엘이 세상 어느 남자도 그보다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둘이 하나일 수는 없었습니다. 사랑의 구원은 너무 짧은 담요 같아서 생의 진실, 존재의 진실을 완전히 가릴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한나의 첫 마디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이다. ... 어렸을 때는 내게 사랑하는 힘이 넘쳤지만 이제는 그 사랑하는 힘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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