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 지음/송현아 옮김/까치/206면/2001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에게는 장애가 있는 아들이 하나 있지요. 자기 안에 자신을 스스로 가둬 바깥 세상과 잘 통하지 못하는 이 아이 히카루에게 아버지
겐자부로는 다가가기가 어렵습니다. 아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찾았을 때, 아버지는 그 길을 따라 아이가 내게 올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 대신 아이로 향했던 길을 넓힙니다. 다른 아이들도 그 길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길 바라면서 말이죠.
이 책은 여러 나무와 꽃들을
심고 점차 넓혀간 그 길에 대한 기록입니다. 자신의 소년기와 유년기를 돌이키면서 그 나이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조용히 전합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꼬챙이로 큰 나무는 때리지도 못하고 겨우 힘없는 풀이나 때리면서 불행해하던 소년 겐자부로. 그 아이는 나무 위에서 읽은
책과 그 책에 그은 밑줄들과 학교에서 자기 안의 인간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봅니다.
어른이 된 다음에도 그때 읽었던 구절을 떠올리면서
그는 나도 생각했던 것만큼 불행했던 건 아니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왜 학교에 다녀야 하는지, 선생님이란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적어내려간 책 곳곳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할머니가 들려주었던 ‘나의 나무’ 이야기는
자라는 인간의 비밀을 담고 있는 듯 합니다.
숲의 높은 곳에는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나무가 있답니다. 사람의 혼은 그 나무 밑동에서
나와 인간의 몸 속으로 들어가고 죽으면 몸만 없어지고 혼은 자기 나무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아이는 나의 나무는 어디 있느냐고 묻고, 할머니는
죽을 때 똑바로 혼의 눈을 뜨고 있으면 알게 될 거라고 말해줍니다. 지금부터 서둘러 그걸 알아 무얼하겠냐구요. 내가 자라 누가 될지 알 수 없는
것, 그렇지만 살아가는 것, 성장이란 그런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