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외 지음/조선일보사/194면/2003
책장을 넘기며 우리 엄마가 즐겨 불렀던 노래가 무엇이었던가를 떠올려 보니,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었던 것도 같고, ‘동반자’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기야 십팔 번이 하나뿐이었겠습니까? 문인과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사회인사들이 돌이켜본 어머니의 노래는 하나같이 애닯습니다. 늙은 엄마가 부끄러워 엄마가 학교에 오면 꽃 그늘 아래 숨었다던 어린
시절의 작가 최인호처럼 모두 조금은 미안해하는 투입니다.
아마 45명의 저자들 역시 저처럼 이런 주제의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아놓고 엄마가 즐겨 부르던 노래가 무엇이었더라, 하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을 겁니다. 책과 책에 담긴 이야기를 둘러싼 알 수 없는 미안한 기색은
거기서 비롯되었을 겁니다. 더러는 가수 김창완처럼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을지도 모르지요. 엄마가 해주신 맛있는 음식과 집안일 하느라 굽은
등은 그렇게도 잘 알면서 엄마가 무슨 노래를 좋아하는지는 모르다니.
어떤 노래든 처량한 타령조로 만들어버리는 어머니의 노래를
못마땅해했던 화가 김병종,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딸에게서 이루고는 자랑스럽게, 더 힘차게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고 ‘4월의 노래’를
또박또박 부르는 어머니를 생각하는 소프라노 조수미도 모두 하고 싶은 말은 같았습니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어머니가 이 세상에 안 계시면 그 말은 더 애닯아지겠지요.
책을 덮을 무렵, 엄마의 노래를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사랑은 눈물의 씨앗’은 엄마의 십팔 번이 아니라 오빠의 어린 시절 대표곡이었습니다. 제게 테이프를 사다 달라고 했던 지다연의 ‘동반자’,
따라부르기는 쉽지 않지만 너무나 좋아하는 패티 김의 ‘초우’, 노래 부를 기회가 생기면 부르겠노라 정성껏 연습하시던 한경애의 노래들. 소도둑놈
같은 나훈아보다 세련된 남진이라던 우리 엄마. 아, 엄마에게도 취향이 있었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