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 지음/최용만 옮김/342면/푸른숲/1999년
요즘 사는 게 어때? 라고 물으면, 사람들은 답보다 먼저
한숨을 흘립니다. 뒤따라 나오는 말은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정도. 그렇지요. 사람들의 삶은 “사는 게 다 그런” 풍경 안에 담겨 있습니다.
적당히 행복하고, 적당히 불행하고. 여기 한 사내가 있습니다. 피를 팔면 돈이 된다는 말을 듣고는 피를 팔아 결혼하고, 피를 팔아 아이들이 친
사고 뒷수습을 하고, 또 그 돈으로 아이들에게 국수를 사 먹입니다.
참 평탄치 않은 인생입니다. 큰 아들은 자기 자식이 아니고,
홧김에 자신도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웁니다. 아내는 기생이었다는 이유로 문화대혁명 시기에 비판을 받고, 아들은 다른 아이를 다치게 해 병원비를
물어줘야 할 판입니다. 안팎이 자글자글 속을 썩입니다. 아이구, 지겨워 소리가 절로 나고, 어디론가 멀리 도망가고 싶을 법도 한데, 이 사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내 아들 아니니, 피 판 돈으로 국수는 못 먹인다고 고구마만 사주더니 그게 서운해 집 나간 아이를 찾아
들쳐업고 국수를 먹이러 갑니다. 다른 놈 자식을 낳아놓고 과거사 문제로 아이들에게 아내가 비난을 받을 때는 나도 잘못 있으니, 나도 욕해라
그럽니다. 제 자식도 아닌 녀석 병 수발에 석 달에 한번 팔던 피를 며칠 걸러 한번씩 팝니다. 그러면서 늙어갑니다. “사는 게 다 그렇”다면서도
이런 너절한 삶은 들어주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허삼관 매혈기”는 참 재밌습니다. 왜 그럴까요? 육십이 넘은 허삼관이 피를
팔러 갔다가 노인 피는 안 산다고 퇴짜를 맞습니다. 그는 따뜻한 황주와 돼지 간 볶은 것을 먹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 책이 읽기 힘들지 않았던
것은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는 피를 팔 때 그것을 인생의 고통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렇게 사는 것이려니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저
그런 삶, 그것이 다름 아닌 축복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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