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서평

톨스토이 단편선 1

양화 2006. 4. 13. 03:24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382면, 인디북, 2003년

러시아를 넘어 전 세계가 사랑하는 대문호가 된 톨스토이의 단편들은 그 이전, 자신이 쓴 장편과는 많이 다릅니다. ‘전쟁과 평화’는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기에 살았던 황제부터 민초까지 다양한 인간들의 심리를 정밀하게 묘사해 열길 물 속보다 알기 어렵다는 인간의 본성과 인생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었고, ‘안나 카레니나’는 한 여성의 집요한 사랑을 소재로 근대적 결혼과 가족의 모습을 거대한 사회적 풍속화로 그려냈습니다.

한번 썼다 하면 기본적으로 수 백 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이런 대작을 쓰던 톨스토이는 말년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돈 많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어려움이나 부족함을 몰랐던 그는 허랑방탕한 생활도 해보고, 전쟁에도 참여하면서 삶과 죽음을 깊이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구원은 죽음도 삶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민중의 태도에 있다고 결론 짓습니다. 그것이 러시아 민중의 삶과 생각을 담은 민화 수집으로 이어진 것이죠.

간결한 형식에 단순한 진리를 담은 재미있는 러시아 이야기들. 톨스토이 단편선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 주고(신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있다), 이웃간의 이해와 사랑이 중요하다(불을 놓아두면 끄지 못한다)고 강조하고,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거나(바보 이반), 사람이 무엇으로 사느냐고 질문한 다음, 사랑으로 산다고 답합니다.(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너무나 다 착하고 지당한 얘기라 지루할 법도 하건만, 노회한 대가는 민화라는 대중적인 재료를 참 맛있게도 요리했습니다. 다만, 이런 단편들만을 읽고 톨스토이에 대해 다 알았다고는 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전작들, 이름 무지 길어 헷갈리는 인물들이 수 백 명씩 등장하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도 많은 이들이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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