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서평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양화 2006. 4. 13. 03:21

 

포리스트 카터 지음/조경숙 옮김/아름드리미디어/2003년

요즘은 누구에게 무엇을 배워서 어른이 되나, ‘작은 나무’가 받았던 그 살뜰한 ‘교육’. 우린 아마도 인터넷이나 TV를 통해서 어른이 되지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린 교환가치가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돈이라는 게 뭔지 모르지만 갖고 싶은 물건들로 바꿀 수 있는 거라니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구나, 이렇게 어른이 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체로키 인디언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작은 나무’ 카터가 배운 것들을 헤아려 봅니다.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나무를 목재와 돈덩어리로만 보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면 영혼의 마음은 점점 더 크고 튼튼해진다”, “사랑과 이해는 같은 말”이며, “뭔가 좋은 것이 생기면 이웃과 나눠야 한다”는 말들. 어찌 보면 누구나 다 아는 지겹기 짝이 없는 공자님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런 말들에 감동 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니, 우리는 이런 가르침에 많이 목이 말랐나 봅니다. 달리 말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 잘 안다는 뜻이겠지요. 그럼에도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좋은 삶이었다고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사람들은 스스로의 삶을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능력을 다는 계량기 위에 올려놓습니다. 그러느라 자신이 어디까지 왔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릅니다.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짐작도 가지 않을 때는 본래 길이 더 멀게 느껴지는 법”인데… 작은 나무가 사랑하는 것들과 이별하는 순간마다 몇 번씩 목이 메었습니다. 기력을 잃어가는 블루보이, 나무의 2년 치 거름은 될 수 있을 거라며 자신이 묻힐 곳을 담담하게 지정하는 할아버지, 나무들을 느끼듯 귀 기울이면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거라던 할머니. 하지만 정말 삶도, 죽음도 계절의 순환과 같은 것이겠죠, 틀림없이 그렇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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