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팔래치아 산맥의 오래된 탄광지역 빅스톤갭 마을에 정착한 잭과 웬디는 낡은 빅토리아풍 2층집을 보는 순간, 마침내 그들이 꿈꾸던 삶을 시작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도덕적 중심이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었고, 그런 삶이 그들을 매일 상태 안 좋은 연옥 속에 살게 했다. 그들은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지 않고, 증명한다고 해도 정직하게 하려는 마음 따뜻한 친구들과 함께하는 평온한 삶으로 돌아가길 염원"하고 있었다.(25) 그들은 오래 꿈꾸던 헌책방을 하기로 한다. 다리 아프게 돌아다니지 않아도 할인은 물론이고, 각종 사은품에, 원하는 곳까지 제깍 가져다주는 인터넷서점이 치열한 경쟁 중이고, 오프라인 서점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가고, 전자책 하나면 책꽂이 두세 개 정도는 간단히 없앨 수 있는 시대에 헌책방이라니! 그것도 기간산업의 활기가 사라진 시골 마을, 붙어있는 카운티 서너 개의 인구를 합쳐도 5천명이 좀 넘는 정도인 동네에서!
하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계약서의 사인은 말라 있었다! 저자 말대로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면 절박함은 오지랖 넓은 이모"랄까? 잭과 웬디는 이 어머니와 이모의 도움을 받아 헌책방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팔 책을 구하기 위해 우선 소장 도서를 정리하면서 펼치는 신경전(각자에게는 소중하지만 서로에게는 안 중요한 책을 서로 쫓고 쫓는다)을 펼치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며 동네 차고 세일에서 책을 25센트씩에 걷어와봤자, 서가는 여전히 시체안치소(!) - 책등이 보이게 꽂아두니 서가가 너무 휑해서 책을 눕혀놨더니 꼭 시체안치소 같다나! - 같다. 마을 사람들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동네 서점에 비상한 관심을 가져줬지만 그래봤자, 얼마나 가려나 정도의 관심이다. 단 몇 장에 요약된 나날들이지만 헌책방을 하기로 마음 먹고 개점을 할 때까지 엄청난 노동의 절대량은 둘째치고, 얼마나 큰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렸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어찌어찌 개업을 하고, 어찌어찌 한 사람 한 사람 고객을 늘려가다가 이 폐쇄된 마을의 배타성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글에서만큼은 얼마나 유쾌한지, 여러 번 육성으로 웃음이 터졌다.
헌책방은 웬디에게 꿈이었지만 그걸 이루는 과정은 냉정한 현실이다. 배운 사람들의 나쁜 습성 중에 하나는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럴듯한 의미부여를 잘 한다는 거고, 일이 실패했을 때 또한 그럴듯한 얘기로 잘 둘러댄다는 것이다. 하지만 웬디는 다르다. 웬디는 과정을 통해 깨닫고,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삶의 진실을 그려낼 줄 안다. 그이가 칭찬한 존 스타인 벡처럼 그는 자신의 헌책방 하나를 문학적 렌즈로 클로즈업한 다음 다시 줌아웃해 한 세대, 시대, 세태 전체를 보여주는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그이가 가장 많이 이야기한 것은 이웃, 그리고 그들의 책이다. 이웃들을 통해 몇 번이나 다시 정의되는 책의 가치는 책을 쓰고, 만들고, 파는 일을 하는 사람 모두에게 의미 있다. 전문적인 헌책매매상이나 억지를 부리는 짜증나는 인간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가 헌책방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을 통해 만난 이웃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과 사랑을 회복하게 된다.
서점에 찾아와 끝도 없고 맥락도 없는 수다를 늘어놓다가 웨스턴을 한아름 사가던 노인이 알고 보니 문맹이었고 그 모든 책은 재향군인회에 기부되던 것이었다든가, 돌아가신 어머니 장례를 치르느라 고양이를 맡겼다가 잃어버려 온동네가 합심하여 고양이를 찾았는데, 잃어버린 고양이 때문에 가책을 느낀 친구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고양이 주인인 베키가 다른 고양이를 자기 고양이인 척 했다든가... 소소한 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이 대목이다. 사별을 하거나 이혼을 하거나, 하여간 이별을 한 사람들이 가져온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나온 이야기다. 어떤 남자가 돌아가신 어머님이 남긴 책인데,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수가 없어 가져왔다며 책방에 찾아왔다. 자루 속에 든 책을 살펴본 웬디가 말한다.
"그 여덟 개의 자루는 사랑 넘치고 충만했던 한 삶을 증거하고 있었다. 허브와 직접 재배한 유기농 채소 요리책 몇 권, 베이킹 책 컬렉션, 가장자리에 깨알같이 메모를 써넣은, 적은 돈으로 집을 꾸미는 법에 관한 낡은 양장본 한 권, 아들을 하느님의 자녀로 키우는 법에 대한 제임스 돕슨의 책 한 권, 에로틱 소설 - 할리퀸 소설이 아니다. '패니 힐' 수준의 명작이다 - 두 권, 아동 교육서인 '리틀 골든 북 시리즈'와 낡아서 다 떨어진 1995년판 '차일드 크래프트 아동용 백과사전' 한 질(아들들이 어쩌다 독서를 그리 기피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책이 풍성한 환경을 제공해준 것만은 확실하다!) '관절염과 민간요법', '관절염 퇴치하기', '관절염 다스리며 살아가기', 노화를 소재로 한 유머러스한 크리스천 포켓북 몇 권, 거의 손도 안 댄 듯한 노인들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작업 치료에 관한 책 네 권, 그리고 아직 비닐을 뜯지도 않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페이퍼백 한 권. 어머니의 일생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그려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가슴 먹먹한 순간이었다."(171-172)
읽던 내 가슴도 먹먹해졌다. 과연 내가 죽은 후에 남은 서가는 내 삶에 대해 어떤 말을 해줄까? 장사꾼이지만 잭과 웬디는 가격과 가치는 다르다고 말한다. 중고품의 경우는 더 그렇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가격과 가치가 기본적으로 다른 점은 바로 이것이다. 하나는 돈으로 계산이 가능하고, 다른 하나는 추억의 순간들로 값이 매겨진다. 헌책방 주인들은 그 둘의 차이를 아는 특권적이면서도 위태로운 위치에서, 혼돈으로 가득한 어지로운 세상에 질서와 균형을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잭은 죽음이나 이혼으로 떠나간 이의 책에 값을 매기는 일을 오래된 잡동사니 서랍을 열고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면서 그것에 깃든 과거를 떠올려보는 것에 비유했다. "팝니다.: 갓난 아이 신발, 새것' 해밍웨이는 이 세 마디로 플래시픽션이라는 장르를 창조하고 완성했다.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가 가끔은 더 가슴 아프다."(180)
그래서 이들에게는 헌책을 파는 일이 각별하다. "헌책을 파는 것은 다른 물건을 파는 것과 다르다. 음식은 맛이 있어야 하고 옷은 몸에 맞아야 하고 페인트는 칠하는 곳에 색깔이 어울려야 한다. 그렇다면 책은? 어떻게 보면 책은 우리에게 전부이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구매자 각자에게 다른 의미를 띠기도 한다. 사람들은 오락을 위해, 정보를 얻기 위해, 감동과 동기를 얻기 위해, 한 줌의 지혜를 얻기 위해, 혹은 자기 인생의 중대한 사건을 기리기 위해 책을 산다. 이렇게, 책을 찾는 이유는 집 안 꾸미기부터 마음의 양식 쌓기까지 아주 다양하다."(240) 치매 환자인 엄마를 모셔와서는 잠깐 책을 둘러보는 사이에도 엄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던 중년 부인에게 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에서 위안이다. 그녀는 또 오라는 웬디의 인사에 이렇게 답한다. "걱정마세요. 또 올 거니까. 나는 딘 쿤츠(호러와 스릴러 작가)의 소설이 그렇게 좋더라구요. 온갖 시름을 싹 잊게 해주거든요. 이 양반 책의 등장 인물들이 겪는 일들에 비하면 나한테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요."(377)
그러므로 잭과 웬디의 헌책방에서 책이란 궁극적으로 다른 세계, 다른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책은 "책이 팔린 부수만큼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동료애"(257)를 의미했다. 웬디는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 또 책을 소재로 한 대화를 목적으로 헌책방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냉철한 조언을 전한다. "문제는, 그런 짜릿한 대화를 나눌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주문을 확인하고 곰팡이를 털어내느라 당최 다른 일을 할 시간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헌책방을 운영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사람들은 먼저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무게가 25킬로그램은 족히 되는 상자를 혼자서 번쩍 들어 올릴 수 있는가, 종이에 싼 고양이 오줌 냄새에 익숙한가? 그리고 그 냄새를 뺄 줄 아는가? "책을 한 권 찾고 있는데..."로 시작해서 "제목에 the가 들어가는데", "표지는 붉은 색이고 작가는 성이 s로 시작하는 군인 출신이에요. 아니 z로 시작하던가?"로 흐지부지 끝나는 스무고개를 풀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얼마나 태연하게 감출 수 있는가? 손님들이 쏟아놓은 유쾌하지만은 않은 인생 이야기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실컷 얘기했으니 생략하련다. 책방을 운영하려는 사람이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은 "책을 좋아하십니까?"이기보다는 "사람을 좋아하십니까?"일 것이다."(245)
작은 마을에서 상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라이프스타일과도 관련된다. 잭과 웬디가 처음 책방은 연 것이 "제 살 깎아먹는 생활을 그만두고 그들이 지향하는 삶을 살기 위해, 그들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정한 리듬에 따라 살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듯이 말이다. 그들은 적게 쓰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섞여들고, 속하고, 마침내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삶(그래서 책의 마지막은 스코틀랜드 출신 잭이 미국 시민이 되는 것으로 끝난다)을 살고자 한다. 적게 쓰고, 더 많은 것을 나누기 위해 산양을 길러 우유를 짜 먹고, 그것으로 치즈를 만들고, 이웃의 수공예품과 헌옷을 사고,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먹는다. 하지만 웬디는 이렇게 사는 자기 삶이 옳다고,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은 잘못 살고라도 있는 듯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은 솔직히 인정한다. "민족지학자로서 나는 우리 부부가 그래도 생활 수준이 평균 정도는 되는 중산층으로 잘 살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다른 이들이 자신과 같은 배를 타고 있지 않을 뿐더러, 어떤 이는 물에 빠져 허우적댄다며) 그렇다면 물에서 허우적대는 사람들이 자기가 쓰는 것 - 옷이든 음식이든 가구든 혹은 집이든 - 을 직접 생산하기 위해 비용을 기꺼이 들이려 할까, 아니면 그런 활동은 돈과 시간과 에너지가 남아도는 이들만의 특권(또는 의무?)일까? 창고형 대형 할인마트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도 산양을 사들여 직접 치즈를 만들고 싶어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산양을 어디서 키울 것이며, 우유를 짤 시간은 어떻게 낸단 말인가? 그뿐이 아니다. 정규 근무 여덟 시간에 초과 근무까지 하면서 매장을 깨끗이 닦고 정리하고 온종일 진열대 사이를 왔다 갔다 한 뒤에도 과연 염소를 보살필 기운이 남아 있을까?"(345)
이런 점이 이 책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그들은 책방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얻었을 뿐 아니라 아름답지만 공허한 이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책을 팔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교만하지도 비관적이지도 않은, 균형 잡히고 정직한 삶을 되찾"(433)았다. 웬디의 서점은 마치 이상향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잭과 웬디는 이 책을 준비하면서 미국 중남부 열 개 주의 헌책방을 돈다. 헌책방의 실상을 알아보고 연대를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돌아본 곳은 테네시, 미시시피, 앨라배마, 아칸소, 오클라호마, 캔자스, 미주리, 인디애나, 일리노이를 돌고 다시 켄터키로 돌아오는 여정 가운데 있는 마흔 두 개의 헌책방이다. 원래 마흔 아홉 군데를 찾아냈으나 그 중에 일곱 군데는 이미 폐업했고, 마흔 두 군데 중에서도 열여덟 군데만 온전했을 뿐, 나머지는 운영에 먹구름이 잔뜩 낀 시한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무엇을 배웠는가? "자신의 꿈을 좇으며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 - 뭔가를 짓고, 그리고, 개조하고, 채워넣고, 견뎌내고, 구입하고, 팔고, 미소 지으며 살아가는 이들 - 은 무사히 살아남는 반면, 남의 허락이나 보장된 성공, 다른 사람의 도움을 마냥 기다리는 사람들은 조용히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을 배웠다."(363)
저작권료가 정확히 지불되지 않는다는 중고책 매매에 대한 세상의 우려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한다. "(세상의 모든 생산품이 생산자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건 최초의 매매가 이루어질 때뿐이다) 중고책이 저자에게 수익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이유가 전혀 없어요. 그런데 더 깊이 생각해보면, 중고책도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할 때와 똑같이 저자에게 어떤 식으로 이득을 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말을 퍼뜨리거든요. 글자 그대로의 뜻에서요!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새로운 작가를 얼마나 많이 발견하는지 아세요? 그렇게 보면 이제 작가 대열에 합류한 웬디가 운영하는 책방이 중고책을 팔아서 누구에게 해를 끼칠 게 전혀 없다는 말이에요. 인간이 매매라는 것을 시작한 이래로 세상은 계속 그렇게 굴러갔어요. 물건을 만들고 그걸 팔면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거라구요."(342-343) 웬디는 자신의 책 역시 출간하는 날이 아니라 중고서점에 나오는 그 날을 사람들의 삶으로 초대된 진짜 축일로 정할 것이라고 결심한다.
미국 곳곳의 헌책방을 둘러보던 웬디는 옥스포드에서 꿈꾸는 서점을 만난다. "우리는 옥스퍼드를 떠나기 전에 스퀘어북스 2층의 커피숍에 올라가봤다. 등받이가 깊고 푹신한 가죽 소파와 나무 테이블, 의자들을 적절히 각을 맞춰 늘어놓은 모양새가, 꼭 체인점이 자영 상점을 흉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세련되어 보였다. 정말이지 기가 막히게 흉내를 잘 내놓아서, '올 미스(Ole Miss(미시시피대학의 별칭)' 로고가 새겨진 트레이닝복 상의를 입고 창가에 앉아 노트북 컴퓨터를 두드리는 청년이 혹시 자기 소설 속에서 이 모든 캐릭터를 창조해낸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누구가 커피숍을 나갈 때마다 - 디킨스 소설 속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목도리를 두른 노인 한 무리, 여자는 두툼한 하얀 스키점퍼에 깃털 달린 알파인 모자를 쓰고 남자는 학교 트레이닝복에 방울 달린 비니를 쓴 귀여운 20대 커플, 하나는 분홍색, 하나는 파란색 옷을 입힌 쌍둥이 아기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나가는 아기 엄마 - 남아 있는 우리는 그 학생이 창조한 소설 속으로 도로 훅 빨려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잭에게 요슈타인 가아더의 책에 나오는 '소피'처럼 우리도 저 학생의 머릿속에 문학적 전당물로 갇혀 있고, 이제 곧 탈출해야할지도 모르니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지금 마음껏 마셔두라고 했다."(363) 지역 공동체의 삶과 사람들과 함께하는 서점.
부록처럼 붙어 있는 강추책과 비추책의 목록도 재미나다. 그이는 "책은 그냥 물건이 아니다. 인류의 다이내믹한 인공물이자 우리 개개인의 인생 여정에서 급회전을 한 지점을 표시해주는 이정표와도 같은 것"이라며 자기 자신의 급회전 이정표를 공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개개인마다 그 이정표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 책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긋지긋한 영어수업 과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책이 누구에게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결정할 수 없다. 타이밍과 읽는 이의 성향과 책, 이 세 가지의 마법 같은 연금술로 결정될 뿐"(382)이라 말하며 당신들의 이정표는 어떤지 묻고 있다. 그래도 웬디 여사, 당신이 권하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을 조금 더 사랑하시겠지? 혹은 그 책들을 읽고록 꼬시는 게 목적이죠? 그렇다면, 당신은 성공했어요. 이 목록을 보고 레이 브래드버리의 단편집과 앨런 베넷의 소설, 퍼트리샤 햄플의 에세이(소설은 번역된 게 없어요, 힝)를 주문했으니까요. 헌책방에서 사진 않았어요. 당신이 운영하는 곳 같은 "지적인 선술집"을 아직 찾지 못했으니까요.
책의 가치에 대해서, 혹은 책 자체에 대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멋진 말들을 많이 했지만 이것만 옮기겠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안톨리니 선생이 콜필드에게 한 말이다. "(책을 읽으면) 무엇보다 인간들이 저지르는 짓에 충격을 받고 당황하고 좌절한 사람이 네가 처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다. 그런 사람이 너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으면 흥분되고 정신도 번쩍 들 거야. 지금의 너처럼 도덕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민에 빠졌던 사람들은 아주아주 많단다. 다행히 그중 일부는 자신이 고민한 바를 기록으로 남겼지. 거기에서 반드시 뭔가를 배울 수 있을 거다. 네가 원한다면 말이야. 그리고 네가 남에게 배웠던 것과 똑같이 언젠가 다른 누군가가 네게서 뭔가를 배우게 되겠지. 이 얼마나 기막히게 아름다운 상부상조냐? 이건 교육이 아니야. 역사지. 시(詩)이기도 하고."(379) 책을 읽는 건, 그러니까 읽는 사람들이 함께 써낸 시 같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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