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걸어온 길의 대부분도 앞으로 두 번 다시 걸을 일 없는 길, 걸을 일 없는 곳이다. 그런 식으로 해서 앞으로 얼마만큼 '평생에 한 번'을 되풀이해 갈까. 대체 얼마만큼 두 번 다시 만날 일 없는 사람을 만나는 걸까. p. 287
앞으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긴 세월.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 버린 지금부터, 두 사람의 새로운 관계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 이제는 도망칠 수 없다. 평생 끊을 수 없는 앞으로의 관계야말로 진짜 세계인 것이다. 그것이 결코 감미로운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두 사람은 예감하고 있다.
이 관계를 짜증스럽게 생각하고, 밉게 생각하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상관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리라는 것을 두 사람은 알고 있다. 그래도 또 서로의 존재에 상처 받고, 동시에 위로받으면서 살아가게 되리라는 것도. ... 그들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곳을 향해 걷고 있다. p. 349-350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터무니없이 들뜨거나 터무니없이 가라앉거나, 사춘기가 두 가지 색깔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역시 삶의 어느 한 시기. 지나가고 나면 조금 아쉽거나 그립지만, 그렇다고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그런 한때라는 것을. 그 시간은 바로 저 위 두 문장 사이 어디쯤에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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