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오카 츠네카츠 지음/최성현 옮김/삼신각/190면/1996
나무에게 생명이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마음이 있다고?
고개를 갸우뚱할 만합니다. 우리보다 한 세대 전의 세월을 살았던 일본의 궁목수 니시오카 츠네카츠는 나무의 마음에 귀기울입니다. 그리고 나무의
생명을 귀하게 여깁니다. 먼저 읽었던 ‘목수일기’의 저자도 말했듯 목수는 목수라서 더 낫거나 모자라지 않은 그냥 나무를 매개로 살아가는 사람일
뿐입니다. 그래서 목수의 삶에는 누구에게나 있는 삶의 진리가 있습니다.
그가 돌보고 있는 법륭사라는 건물은 무려 1300년이나 된
건물입니다. 그 건물을 돌보게 되기까지 그는 아주 긴 세월을 스승 밑에서 수련을 거듭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단순히 더 똑바르게 나무를 깎거나
더 빨리 일을 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령, 나무 하나를 쓰더라도 산으로 가서 그 나무가 어떤 곳에서 자랐는지를 알아 쓰는 것을
배우는 겁니다. 자란 장소에 따라 다른 마음을 갖게 된 나무들은 쓰이는 곳도 달라야 하니까요.
기술이 좋아져 아무리 모양이 험악하게
뒤틀린 나무라도 몇 분 안에 반듯하게 잘라 나오는 오늘날에도 그런 것이 필요한 것이냐고 누군가는 물을지 모릅니다. 이 바쁜 시대에 나무가 나고
자란 산까지 가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목수는 말합니다. 나무의 성질은 언젠가 반드시 나타난다고요. 무른 나무는 무른
나무대로, 단단한 나무는 단단한 나무대로 본래 갖고 있던 것을 드러내 엉뚱한 자리의 나무들은 고통을 겪는다고요.
목수는 한 발 더
나아갑니다. 무른 것에게는 어떤 역할을 줄 건지, 단단한 나무는 어느 곳에 두어야 하는지, 뒤틀린 나무는 또 어디에 기가 막히게 잘 맞는지,
곧은 나무는 어디에서 제 곧음을 더 잘 발휘하는지 알아봅니다. 그러니 거기에 나쁜 나무, 좋은 나무란 없는 것이지요. 가만히 주위를 둘러봅니다.
거기 사람들 산이 있고, 사람 나무가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