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제 린저 지음/전혜린 옮김/문예출판사/1998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생의 한가운데'는 니나라는 여성의 삶을
곁눈질하는 책입니다. 니나가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그녀는 이 책의 한가운데 있지 않죠. 대신 니나를 스토커처럼 짝사랑한 슈타인 박사의 눈을 통해,
또 그녀의 언니에 의해 그려집니다. 그렇게 그려진 니나의 초상은 피할 수 없는 삶을 돌파하는 강렬한 여성입니다. 어느 누구로부터도 자유롭게
자신의 생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갑니다.
니나는 자신에 대해 누구와도 이야기해서는 안된다는 말합니다. 마음을 털어놓고도 우리는 각자의
고독 속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와 가까워졌다는 것이 한낱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 쓰린 과정이 남아있다고 말입니다. 또, 이렇게도
말합니다. 한 사람 안에는 굉장히 많은 그 자신들이 있다고, 사람은 그 모든 것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신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자신이
몫이라고. 하지만 뒤이어 그건 정해진 하나일 뿐이라고 덧붙입니다.
사는 게 습관이 되는 게 싫다고 이야기하며 사회적으로 공인된 삶의
방식, 태어나고 자라 공부하고 직업을 갖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사는 일을 혐오하며 완벽한 자유로움과 인간으로서의 실존을 구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도 그렇게 어느 순간 운명론자처럼 이야기하네요. 생의 중대한 일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엉뚱하게 결정되는 것이라고, 운명은 결국 운명일
뿐인 거라고 말입니다. 존재란 그렇게 복잡한 것인가 봅니다.
니나가 혐오했던 그 관습적 삶을 그대로 살고 있는 나 자신에게로
돌아와 보니, 니나의 이야기가 삶 곳곳을 찌릅니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내던져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다급한 순간이 되면 꿈을
제일 먼저 포기하면서 삶에 날 붙들어두는 것이라고는 의무, 의무 밖에는 없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에게 니나의 삶 전체는 하나의 이정표처럼
보입니다. 나도 몰래 중얼거립니다. 그렇지, 의욕을 그치기 시작하면 늙는다. 다시 살아야겠다고.
'한쪽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 책읽기 (0) | 2006.04.13 |
---|---|
등대 (0) | 2006.04.13 |
내 생애 단 한 번 (0) | 2006.04.13 |
무소유 (0) | 2006.04.13 |
기차는 7시에 떠나네 (0) | 2006.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