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지음/160면/범우사/1999(신판)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유욕의 증식 속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릅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던 전자제품 카피는 더 이상 쓸모가 없습니다. 1년, 아니 6개월에 한번씩 신상품이 판매대에 나와 소비자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책 《무소유》는 76년 출간 이래 20년 동안이나 많은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했습니다.
지금은 강원도의 작은 암자에 계신 법정 스님은 송광사 근처 작은 암자에 홀로 머물며 이 책에 들어간 서른 다섯 편의
수필을 썼지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말은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단순히 물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나름의 이해란 오해의 발판이며, 인간의 말은 침묵에서 나와야 한다는 말, 바닷가의 조약돌을 둥글게 만든 것은 석공의 정이 아니라
바닷물의 부드러운 쓰다듬이라는 말은 모두 소유하기 위해 무소유해야 한다는 말의 다른 버전들입니다.
하지만 가장 와 닿은 말은
여행길에 오르면 자기 영혼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여행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며 지내고 있는지, 자신의 속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기 정리의 엄숙한 도정이요,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하는 계기라는 말에 불현듯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졌습니다. 점점 집 떠나기를 좋아하지 않게 된
것이 마치 집착 때문이라는 듯.
'한쪽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의 한가운데 (0) | 2006.04.13 |
---|---|
내 생애 단 한 번 (0) | 2006.04.13 |
기차는 7시에 떠나네 (0) | 2006.04.13 |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0) | 2006.04.13 |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0) | 2006.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