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서평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양화 2006. 4. 13. 03:04

 

클레이본 카슨 엮음/이순희 옮김/495쪽/바다출판사/2001년

어떤 사람에게는 상식인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싸워 얻어야 하는 것일 때가 있습니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화장실을 따로 써야 하고, 학교를 따로 다녀야 하는 것은 물론 공원 입장도 금지되었던 세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게 꿈으로나 꿀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역사학자 클레이본 카슨 교수가 엮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는 그런 시대를 살았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성장과 투쟁을 담은 책입니다. 다른 이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킹 목사가 남긴 연설이나 문헌만을 담은 이 책은 단 한 음절도 엮은이의 목소리를 섞지 않은 자서전 아닌 자서전입니다.

세상에 불의의 견고한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은 어린 킹 목사가 1955년 12월 몽고메리 버스보이콧을 결의한 후 1968년 서른 아홉의 나이로 암살 당할 때까지 그의 생애는 온전히 ‘무엇이 올바른가’에 바쳐졌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킹’보다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길에 대해 쉼없이 묻는 ‘인간 킹’의 모습에 더 마음을 사로잡혔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바칠 수 있을 만큼 귀중한 것을 아직 찾지 못한 사람”은 바로 그 나이에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선언을 읽고 가슴 뜨끔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사회 정의나 진리를 위해 싸우는 위대한 생애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인생이라는 것에 예의를 지키려면 가슴에 꿈 하나는 품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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