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커트는 지금 천국에..

양화 2007. 11. 16. 20:10

총기는 교도소와 정신병동 수감자를 제외하고 모두에게 유익하다.

맞는 말이다.

국민 건강에 수백만 달러를 쓰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맞는 이야기다.

무기에 수십억 달러를 쓰면 인플레이션이 감소한다.

맞는 이야기다.

우익 독재가 좌익 독재보다 미국적 이상에 훨씬 가깝다.

맞는 이야기다.

비상시에 발사할 수 있는 수소폭탄을 더 많이 보유하면 인류는 더 안전할 것이고 후손들이 물려받을 세계는 더 행복할 것이다.

맞는 이야기다.

방사성 폐기물을 포함한 산업 폐기물이 사람에게 해를 입힌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에 대해 왈가왈부해서는 안된다.

맞는 이야기다.

기업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뇌물을 줘도 괜찮고, 환경을 조금 파괴해도 괜찮고, 가격을 담합하거나 멍청한 소비자들을 우롱하거나 공정 거래를 위반해도 괜찮고, 파산시 국고를 낭비해도 괜찮다.

맞는 이야기다.

그것이 자유시장 체제다.

맞는 이야기다.

빈민들이 가난한 것은 과거에 큰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자식들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맞는 이야기다.

미합중국 정부가 모든 국민을 돌볼 수는 없다.

맞는 이야기다.

자유시장 체제면 충분하다.

자유 시장은 자율적인 사법 체계다.

맞는 이야기다.

이는 전부 농담이다.                                       p. 84-86

 

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네거트 지음

 

마르크스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주의 국가가 실패한 건, 마르크스주의가 결국 인간이 어떤 이상향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는 낙관적인 세계관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누가 말한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이렇게 농담처럼 세상은 단순한 것일지 모른다. 문제는 인간인 거다. 인간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한 본성을 가진 것 같다. "어떤 좋은 소식이건 끝이 있다. 우리 행성의 면역계는 인간을 퇴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분명 그렇게 될 것"이라고 냉소적인 농담을 하는 커트 보네거트. 사실 이런 냉소주의자들이 진짜 낙관주의자들일지 모른다 싶다. 낙관주의자들은 그저 어떻게든 잘 되겠지, 하는 식이라면 냉소주의자들은 이렇게만 하면 좋아질 거라는 확신이 흐르고 있다. 이런 식이다.

 

전자공동체에는 실체가 없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인간은 춤추는 동물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대문을 나서서 뭔가 한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우리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냄새를 피우기 위해서다. 누군가 다른 이유를 대면 콧방귀를 뀌어라.   p. 66

 

보네거트 같은 휴머니스트에게 최대 농담은 "**은 지금은 천국에 있습니다"란다. 그가 기뻐하도록 나도 들려준다.

 

"커트는 지금 천국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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