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주 지음/문학과지성사/168면/2001
앞서 소개한 책에서는 게으름을 찬양하더니 이제 쾌락을 옹호하는군요. 게으름처럼
쾌락도 인간에게는 악덕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책머리에 놓인 저자의 말처럼 쾌락을 추구하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는 것은 '세상의 문법'이었지요.
자본주의의 논리나 삶을 가두는 틀로만 남은 유교적 금욕주의로부터 자연인이 누려야 할 행복, 쾌락을 구해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학적
아카데미아로 달아난 껍데기뿐인 철학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신문에 연재했던 짤막한 컬럼들이라 읽기도 쉬울 뿐 아니라 우리가 상식으로
받아들이던 것에 대한 재기발랄한 도전을 만나는 것이 우선 재미있습니다. 가령, "불쾌하게 느껴지는 독자들은 책을 덮어라. 도전이 나의 특권인
것처럼 묵살은 당신의 특권일 테니까."라는 문장을 읽으면 거만하게 느껴지는 태도에 기분이 나빠지기보다 약간 통쾌한 기분이 드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거기서 나오는 것이겠죠.
"철학은 철학함"이라고 일갈하는 저자의 말 속에서 우리는 그동안 오해하고
있던 철학의 본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것은 삶과 동떨어진, 동굴 속의 철학이 아니라 축제로서의 삶을 즐기기 위해 "흐리멍텅한 혼돈이나 불명료성도
단호히 척결하는 밝고 명징한 자기 확인" 과정이며, 그 과정은 "관념적 숙고로만 머물"지 않고 "우리가 일상이라 부르는 삶의 울타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면 그 때문일 겁니다.
삶의 울타리 안에서 발언하고 다투고 뚜쟁이, 늙은 창녀, 뇌물
먹은 세리들이 악다구니하는 풍진 세상으로 돌아와서 우리의 삶과 진정으로 화해함으로써만이, 목숨을 안고 뒹구는 삶의 광장으로 철학이 돌아와야만
철학이 철학다워진다는 말을 듣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가 다른 책에서 말한 '반항의 정열', 그것이 없다면, 그의 삶 역시 다채로운
에피소드로 가득 차지 못했을 것이고, 우리 삶 역시 그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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