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일기

사랑스런 필자

양화 2008. 3. 6. 17:13

출근 둘째날, 앞으로 필자가 될 예쁘고 당찬 필자를 홍대 앞에서 만났다. 저녁을 먹고 밤 11시가 되어가도록 재밌는 대화를 나눴다, 기보다는 이사님과 필자의 대화를 낄낄 웃으며 들었다. 이제 방년 스물 아홉이 된 이 젊은 필자는 이것도 얘기가 될까 싶은 것들을 경쾌하게 풀어내면서도 의미를 놓치지 않는 재기발랄 아이디어와 필력을 가진 친구다. 논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진보적이지만 태도나 생활원칙만큼은 또 꽤나 보수적인 언론사에서 일하면서도, 미니스커트와 빨간 뉴비틀을 자신의 아이콘으로 삼는데 일말의 주저함이 없다. 아니, 주저함이 없다기보다 이래도 되나, 안되나를 애초에 계산해본 적이 없는 거다.

 

나는 그렇게 될 수 없지만 그런 누군가를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책을 만드는 일은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친다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책이란 없을 것이다. 설령 그것이 사회에 파문을 던지거나 공감하는 사람이 적더라도.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은 사실 아직도 엄숙하고 근엄하다. 쉽게 쓰여지고 쉽게 읽히는 책보다는, 그래서 잠깐 사람들 머리나 마음속에 머물렀다 흔적도 사라지는 책보다 사그라진 것처럼 보이는 잉걸불처럼 가끔씩 사람들 가슴속이나 마음속에 환한 빛이 되어 반짝이곤 하는 책이 더 좋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해간다. 책도 변해야 할 것이다. 나도 변해야 할 것이다.

 

 

'편집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시비  (0) 2008.08.04
게을렀다  (0) 2008.06.26
여행서의 비밀  (0) 2008.04.22
하고 있는 일들  (0) 2008.04.03
출근 첫날  (0) 2008.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