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서평

희망의 이유

양화 2006. 8. 1. 18:48

 

제인 구달 지음/박순영 옮김/궁리/350면/2003

재빠른 변신이 미덕이고 능력인 요즘 세상에, 수십 년 같은 일을 한결같은 생각으로 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뜻깊은, 아니 성스러운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전에 십 수년 마취만을 해오신 의사 한 분을 만난 일이 있었는데, 그 분이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마취를 하고 개복을 해보면 그가 살아온 자취가 보인다고. 알 듯도 모를 듯도 했지만 오래 한 가지 일을 하면 그 자체가 인생의 대유물이 된다는 뜻으로 알아들었습니다.

제인 구달은 평생을 침팬지와 함께한 사람입니다. 동물행동학자이면서 환경보호론자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정의된 두 단어에 그의 삶 전체를 우겨넣을 수는 없습니다. 출생과 가족이야기, 아프리카로 가서 인생의 스승을 만나고 평생 할 일을 찾은 이야기, 침팬지와 보낸 세월, 그들의 생태와 습성. 그런 것들을 담담히 이야기하면서 그 안에 메시지를 담습니다. 치열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이야기에는 강요도, 거부감이 드는 잘난 체도 없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인간이 품성을 지닌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합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을 할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기쁨과 슬픔과 절망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고통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덜 오만해질 수 있다” 또한 “(침팬지)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본성에 어두운 측면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라고도 말합니다.

그것이 바로 ‘희망의 이유’겠지요. 자연을 이루는 모든 것은 바로 그 자리에서 가장 빛난다는 것. 그 자리를 찾아주고 지켜주기 위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것. 이 결론은 개인적인 경험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온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만고의 진리입니다. 그 당위적인 말 하나를 얻기 위해 이 책을 전부 읽어야 해, 라고 묻지 마십시오. 그건 한 사람이 그의 삶 전부를 바쳐 얻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