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서평

눈물이란 무엇인가

양화 2006. 4. 17. 12:09

 

심노숭 지음/김영진 옮김/태학사/310면/2001

우리 땅에서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굉장히 막연한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그게 언어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요, 같은 말을 썼다고 해도 그들의 생각과 삶을 전하는 많은 책들이 한문으로 씌어졌다는 것 때문에 어쩐지 모호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피상적이고, 웬지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을 토로하는 데 인색하며, 터뜨리지 못한 감정의 잔해로 가슴속이 황폐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옛 고전을 읽다가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것은 바로 그런 선입견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눈물이란 무엇인가’를 쓴 심노숭은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데 무척이나 부지런했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육체의 죽음과 더불어 자신의 삶 자체도 티끌 하나 남기지 않은 채 소멸해버릴 것을 무척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1792년 5월, 그런 심노숭은 네 살배기 셋째 딸을 잃고, 한 달 뒤, 아내 역시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겪게 됩니다.

 

그로부터 2년 여 동안 그는 시 26제, 문 23편에 달하는 죽은 아내에 대한 글을 남겼습니다. 아내의 병이 무엇 때문인지 이야기하려다 그러면 아내가 역겨워할 거라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눈 내리는 겨울, 밤새 굶주림에 아이는 울어대나 나올 젖도 없었지. 강보에 감싸 따뜻하게 해주고 밝게 웃으며 하는 말, ‘훗날 이런 일 추억으로 함께 얘기할 수 있겠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아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점점 드물어졌겠지요.

 

그가 잊고 싶지 않았던 것은 자신의 삶이 아니라 어쩌면 그런 것들, 아내와 아이와 파주의 새집에 심은 30그루의 삼나무 같은 것들이 아니었을런지요? 그래서 눈물은 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온몸을 도는 피처럼 가슴에서 솟아나는 것이라고 했겠지요. 쑥을 보면서 그 아내는 울면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우리네 인생은 그 사이에 하루살이 같은 것, 제가 죽고 난 이듬해에도 쑥은 다시 나올지니 그 쑥 보면서 저를 생각해 주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