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서평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양화 2006. 4. 13. 03:39

 

최시한 지음/문학과지성사/206면/1996

우리 나라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공감할 테지요. 인생에서 검은 칠을 해버린 것 같은 그 시간. 오로지 하나의 목표를 위해 눈 가린 경주마처럼 달리면서도 그 목표라는 게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도 묻지 못했던 시절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까맣기만 한 것 같은 그 시절 밑에는 굉장히 다양한 색의 감정과 추억이 있습니다. 마치 스크래치 기법처럼 검은 색 칠을 긁으면 오색이 선명해지듯 말이죠.

작가 최시한의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은 바로 그 시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선재라는 아이의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다섯 가지 이야기를 통해 컴컴한 시간 속에서도 빛났던 그때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입시라는 갑갑한 구름이 그들의 삶을 그림자로 덮고 있을 때도, 처벌을 위한 처벌로 반성문을 쓰고 있을 때도, 우리에게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하던, 좋아하던 선생님이 떠날 때도 있습니다.

이 모든 시간들은 아이들에게 기이한 세상처럼 느껴집니다. 그건 어린 시절, 어른들이 가르쳤던 당위의 세상과 그 세상이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거짓말 하고 명백하게 옳은 것에 눈 감고, 꿈을 꾸라고 이야기하면서 꿈 꿀 수 없게 하고.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게 더 이상 이상하거나 부당하게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겠죠. 세상은 원래 그런 거지, 하고 회의하지도 않고, 적당히 타협해버리면 편안해지기도 할 겁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른들에게 더 애절한 책일 듯 합니다. 선재가, 윤수가, 왜냐 선생님이 우리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지요. 날라리로 살았든, 범생이로 살았든, 꼴찌든, 일등이든 그 아이들이 모두 아름다운 이유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결국 학교를 떠난 선재가 과연 ‘누가’ 되어 돌아올지 궁금해집니다. 책을 덮은 지금,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 보며 거기 비친 내가 열 여섯에 꿈꾸었던 나인지 살피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