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성석제 지음/강/270면/2004
이 책은 ‘장원두’라는 초등학교 입학생의 소개로 시작됩니다. 맨날 동화만 읽다가 처음 일기
쓰기를 배운 아이들이 쓴 글처럼 참 착하고, 단정한 소개지요. 하지만 책을 읽어가노라면, 이 책이 동화 속 세상이나 아름다운 진리들로 가득 차
있는 세상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걸 깨닫고 나면, ~했습니다, ~했지요 같은 문체가 갑자기 날카롭게
느껴지지요.
기타 리라는 떠돌이 기타 연주자 이야기도 그렇지만 바보로 따돌림 당했던 진용이의 이야기는 이상한 해피엔딩입니다. 정부가
세금을 면제해준다고 사람들이 모두 돼지를 키울 때 바보 진용이는 소를 키우고, 돼지가 흔해져 똥값이 되자 사람들이 버린 돼지를 주워 남들이 소를
키우건 말건 돼지를 키워 결국 큰 부자가 되는 진용의 모습. 그게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 건
왜일까요?
모르긴 해도, 그 부자 진용의 그 후 삶이 계속 부자로 행복하게 이어졌을지 의구심이 들어서겠지요. 모든 것이 무너지고
바뀌던 우리나라의 어느 한 시기, 그저 그런 마을에서 있었을 법한 이 이야기들은 어제의 진실이, 오늘의 거짓으로, 어제 아름답던 것이 오늘
추악한 것으로 뒤바뀌는 오늘의 이야기와 묘하게 겹쳐집니다. 그래서 그 재미난 이야기에 깔깔 웃어버릴 수가 없나 봅니다.
하지만 뭐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뒷이야기가 궁금해 책장을 넘기게 하는 이야기의 힘에 그냥 빠져보고, 구렁이 담 넘듯 눙치는 말투에
피식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는 것. 그런 책 읽는 재미를 되찾아준 것만으로도 이 책의 미덕은 차고 넘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
성석제에게 반하셨다면, 그의 다른 책들 역시 ‘강추’합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