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카페의 노래
카슨 매컬러스 지음/장영희 옮김/열림원/144면/2005
지금의 미국을 남부와 북부로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겠지만 ‘남부’하면
어쩐지 마음이 동요합니다. 황량하리만치 넓은 땅, 갑자기 모든 것을 잃었으나 자존심만은 놓지 못해 꾀까다로운 인상을 가진 사람들, 그런 게
떠오릅니다. 아마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영향이겠지요? 미국 남부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작가로 첫손에 꼽히는 ‘슬픈 카페의 노래’는 이런
환상을 정확하게 담고 있는 듯 합니다.
어느 작은 시골 마을, 그곳에 인색하고 야비하고 생김새도 거친 한 여자 아밀리아가 삽니다.
결혼은 한번 했지만 남편은 감옥에 가 있고 여자는 그런 것쯤 상관없다는 듯 억척스럽게 살아갑니다. 그런 그녀에게 찾아온 꼽추 라이먼은 염치없는
거짓말쟁이지만 아밀리아는 그를 돌봅니다. 그러면서 아밀리아의 카페는 떠들썩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변해갑니다.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이
아밀리아의 마음에 사랑을 불 지른 것이지요.
출옥한 아밀리아의 남편 메이시가 돌아오면서 카페의 평화는 깨집니다. 메이시에게 매혹
당한 라이먼은 사랑의 노예가 되고, 아밀리아는 그런 메이시를 질투하고, 증오합니다. 그리고 카페에서 벌어진 한판 승부. 그들은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입힙니다. 사랑을 품었던 여자 아밀리아는 결국 그 사랑 때문에 슬프게 남습니다. 마을의 카페는 사라지고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행복했다가
결국 사랑 때문에 외로워집니다.
하지만 전 이게 새드엔딩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육척 장신의 사팔뜨기 여인, 꼽추, 아름답지 않은
육체에도 영혼은 있으니까요. 아밀리아에게는 그녀가 빚은 술처럼 모든 사물과 사람 속에 깃든 메시지를 보게 하는 따뜻한 영혼이 있었습니다.
아밀리아는 사랑‘받지 못하여’ 불행했던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했던 사람이었던 거죠. 아름답지 못해 사랑받을 수 없을 것이고
그래서 불행할 거라구요? 천만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