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서평

국악 이렇게 들어보세요

양화 2006. 4. 13. 03:33

 

송혜진 지음/다른세상/384면/2003

‘국악’하면 우리 머릿속에는 지루하다, 재미없다 같은 말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판소리 정도는 우리 귀에 익지만 그것도 춘향전의 사랑타령이나 흥부전의 심술타령 등 유명한 몇 대목 정도입니다. 그 밖의 음악은 음악의 형식부터 생소하지요. 가령, 종묘제례악 정도는 그 이름을 들어보았지만 영산회상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감상이란 어불성설이겠지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국악에 대한 선입견은 점차 깨져갔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음악을 우리가 잘 아는 감정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판소리에 비해 짧은 단가를 하나 소개하면서, “스러진 꽃잎을 밟으며 몸을 전송하러 들길에 나선 주인공의 풍류 넘치는 여유와 황망하게 가버린 봄소식을 꾀꼬리 말로 ‘어제 갔대요’하고 전하는 재치있는 표현이 멋스럽다”고 쓴 것을 읽으면 듣지 않고도 그 단가가 너무 사랑스러워집니다.

봄날의 낮잠을 부른다는 거문고곡 밑도드리, 김무규옹의 잔재주 없는 단소 소리를 묵직하고 대범한 지리산을 닮았다고 쓴 것을 읽으면 그 음악이 어떨지, 얼른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국악 앞에서 맹인이나 다를 바 없는 저의 손을 붙잡아 안내하는 국악에 대한 조각 상식들, 국악 연주자나 명창들에 대한 정보 등도 친절합니다. 들어볼 만한 음반 소개도 처음 국악을 접하는 사람에게는 유용합니다.

하지만 소개한 음반을 사러 음반 매장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국악 음반은 돈 주고 사지 않는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겠지요. 유명한 몇몇 연주자들 외에 다양한 연주자나 명창의 음반은 거의 팔리지 않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겠지요. 그런 아쉬움에 목이 마른 분들이라면 지금 당장 라디오를 켜십시오. 24시간 국악만을 들려주는 방송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