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서평

소년의 눈물

양화 2006. 4. 13. 03:14

 

서경식 지음/이 목 옮김/256면/돌베개/2004년

“아이의 눈물을 이해하는 자가 어른의 눈물까지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아이의 눈물’입니다. 아마도 이 구절에서 나온 제목이었겠죠. ‘소년’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 상념을 불러일으킵니다. 아이와 남자의 중간, 감정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극심한 변화에 직면해 있는 아이, 혼란스러워서 어떻게든 빨리 벗어나고만 싶은 인생의 어느 시기. 그때 흘리는 눈물이라면 그것 역시 참 복잡한 의미를 띠겠지요. 그것이 재일조선인이라면 더욱.

이 책은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을 추억하는 회고록인 동시에 한 소년이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책의 내용은 희미하고 “그 책을 읽었던 나날의 정경은 기묘하리만치 선명”하지요. 그 나날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엄마, 빚쟁이와 함께 TV를 보아야했던 가난, 재일조선인이라는 불안한 정체성으로 둘러싸여있습니다. 사춘기 소년답게 살짝 가슴 설레게 했던 여학생 이야기도 있군요.

그리고, 그 장면마다 책이 있습니다. 끝내 읽지 못했던 ‘마의 산’이, 에리히 케스트너의 ‘날아가는 교실’이, ‘데라다 도라히코’가 쓴 어쩐지 애닲은 글귀들이, ‘프란츠 파농’의 계몽적 선언이 있습니다. 가장 가슴에 와닿았던 것은 지금 내 부모가 진짜 친부모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판타지를 담은 동화 속 이야기를 떠올릴 때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친부모가 동화처럼 부자나 왕족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일본인 부부이길 마음속으로 바랍니다.

재일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은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 그토록 무거운 것이었나 봅니다. 아이는 성장하고 두 형이 감옥에서 청춘을 보내는 동안 일본에 사는 조선인이라는 태생의 한계는 ‘전진’의 원동력으로 바뀝니다. 독서 역시 “한 순간 한 순간 삶의 소중함을 인식하면서, 엄숙한 자세로 반드시 읽어야 할 책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독서. 타협 없는 자기연찬으로서의 독서”로 바뀝니다. 눈물은 소년을 청년으로 만들어준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