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단 한 번
장영희 지음/228면/샘터/2000
종종 책에 좋은 책, 나쁜 책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좋은 책에 대한 기준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은 누가 판단할까. 하지만 ‘착한 책’은 분명히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말이지요. 장영희 교수의
책이야말로 ‘착한 책’이랄 수 있는데, 읽노라면 이 정도쯤이야, 하던 사소한(?) 이기심이나 미움, 경멸 같은 것들이 콕콕
찔립니다.
《내 생애 단 한번》은 장애를 안고 살아가며 학생을 가르치는 일상 속에서 건진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p와 f를 구분해 발음하는 것이 어려운 제자가 보여준 아름다운 마음씨에 감동하고, 더 큰 세상을 보여주려 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고군분투를 마다하지 않았던 아버지를 회상합니다.
멸망한 지구 위에 ‘눈 먼 소년’을 살려 서로 돕고 사는 마음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학생의 말에 깨달음을 얻고, ‘미안하다’는 한 마디 말로 모든 상황을 해피엔딩으로 만든 아버지의 겸손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모습은 우리 삶과 일상을 자꾸 되돌아보게 합니다.
오늘도 어제와 다를 바 없구나, 하고 누구나 그저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일상들에서 이토록 깊고 소중한 메시지를 찾아내고, 그것을 바늘 끝 하나 들어가지 않을 만치 촘촘하고 매끄러운 글 속에
담을 수 있는 저자에게 빠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는 아름다움이라는 하느님의 필적을 알아볼 수 있는 특별한 렌즈를 다리 대신 얻은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