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서평

더불어숲

양화 2006. 4. 13. 03:02

 

 

신영복 글·그림/414쪽/랜덤하우스중앙/2003년(합본호 초판)

“자유의 반대는 구속이 아니라 타성이다” 20년 정도를 감옥에서 살다 나온 사람이 내린 자유에 대한 정의입니다. 20년. 이제 세상 빛을 본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고, 푸른 청년이 세상의 웬만한 유혹에는 흔들리지 않는 데 이르는 세월입니다. 억울한 옥살이에 한번쯤 사람에 대한 증오를, 한번쯤 세상에 대한 원망을 품어볼 만도 할 텐데요.

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자기를 가둔 세상이나 타인이 아니라 자기안의 타성과만 싸웠습니다. 쉰 일곱에 처음으로 나라 밖 구경을 나온 신영복 선생이 보내온 편지 꾸러미를 축복처럼 받아듭니다. 신대륙을 찾아 콜럼버스의 배가 출항했던 스페인의 우엘바항에서부터 끝내 일출을 보지 못한 중국의 태산까지 22개국 46개 지역에서 보낸 편지입니다.

발을 디딘 곳마다 그곳의 세월과 역사와 인간이 공존과 평화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떤 곳은 전쟁과 식민의 역사가, 어떤 곳은 해독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문명이, 어느 곳은 한때 시대를 가장 앞서갔지만 지금은 추억과 노래만이 남아있습니다. 그곳에서 저자는 패권적 지배와 일방주의적 강제와 오만이 횡행하는 세계화를 봅니다.

그리고는 그런 강제와 오만에 영합하는 모방과 굴종이 안타까워 합니다. 이 책에서 만난 세계의 모든 곳은 저마다 자기 뿌리로 세월을 길어올리며 무성해지는 나무들입니다.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되 병합하여 지배하려는 획일화는 경계해야 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그 나무들이 모여 역사와 세계라는 숲을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