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저질러라!

양화 2005. 12. 20. 12:39

 

 

"일을 저질러버리기까진, 머뭇거림과 그만둘 기회과 소용없겠지 하는 생각이 늘 존재한다.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모든 행위들에 관한 기본적인 진실이 하나 있는데, 그 진실을 무시하는

것이 셀 수 없이 많은 생각들과 눈부신 계획들을 죽인다. 확실하게 일을 몸소 저지르는 순간,

신의 섭리 또한 움직인다. 저지르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을 도우려 온갖 일들이

벌어진다. 결단으로부터 사건들의 온 흐름이 생겨나와, 한 가지 사건을 위해서 온갖 종류의

뜻밖의 사건들과 만남들과 물질의 도움을 일으키고, 어떤 이도 꿈꿔보지 못한 일이 그에게

벌어질 것이다. 당신이 무얼 하든, 당신이 무얼 꿈꿀 수 있건, 그걸 시작하라. 무모함은

그 속에 천재와 능력과 마법을 지니고 있다. 지금 시작하라.                 W. H. 머리"

 

네 멋대로 써라, 데릭 젠슨 지음, p. 242

 

모 선배가 기고한 어떤 글에서 이 책 '네 멋대로 써라'가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와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장점을 취합하고, 그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는

극찬을 한 데다, 요즘 들어 글쓰기 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와중이라 망설임없이

집어들었다. 하지만 내 필요에 딱 맞는 책은 아니었다.

 

이 책은 글쓰기의 기교를 가르치는 책이라기보다 글쓰기의 기본을

가르치는 책이다. 그걸 단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생각하라"는 것이다.

너 자신이 누구인지, 세상이 어떤 건지, 어떤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무엇인지...

그래서 사실 일반인들에게보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더 유용하다.

그 모 선배도 글쓰기 강좌를 맡고 있으니, 이 책의 유용성에 고개를 끄덕인 것이리라.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 책에서는 참 배울 것이 많다. 당장 내일 쓸 리포트에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이 책을 읽는다면 실망할 것이 뻔하지만. 중간중간 줄 친 것을 살펴보니,

대부분 '생각'에 관한 것들이다. 번역도 수려하고, 학생들과 수감자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 실제로 행한 것들이 잘 나타나 있어 흥미롭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내용은 제쳐두고 본문을 벗어난 저 문장에 꽂혔다.

주위 사람들의 불신과 의혹에 시달리며, 몇 달 째 내가 출판을 하기로 한 것이

잘한 것인가, 못한 것인가. 나도 모르는 나 자신을 다른 사람이 더 잘 아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 그의 말대로 이쯤에서 그만 두는 것이 오히려 징한 끝을 보는 것보다

현명한 것이 아닐까. 뭐 이런 갈등으로 괴로워했는데, ... 용기가 났다.

 

저질러라! 그러면 신의 섭리가 움직인다!

 

정말 멋진 말이다.

 

그건 그렇고.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은 실은 이것이 아닐까?

 

"몇 년 전에 난 여행 경험이 많은 기타리스트와 긴 대화를 나누었다. ...

그에게 가장 많은 걸 가르쳐준 기타리스트는 그가 풋내기일 때 만났던

한 나이든 블루스 연주자였다고 한다. 어떻게 연주하는지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더니 이렇게 대답해주었다고 한다.

"난 자네에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15분 만에 가르쳐줄 수가 있네. 

그러면 자네가 해야 할 건 집에 돌아가서 15년 동안 연습하는 거야."

글쓰기도, 높이뛰기도 그리고 삶도 그와 마찬가지라는 건 정말이지

내게 분명한 사실이다."    p.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