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아직 할 말이 있다고~!
양화
2005. 9. 2. 11:31
"나보다 오래된 책들, 즉 종이칼로 잘라야 하는 책들은
더 좋지 않았다. 절단되지 않은 페이지 때문에 울고 있는
책들을 수도 없이 보았다. 그런 경우는 거의 어떻게 할 수 없다.
모두들 알고 있다. 그것을 숨길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그에 비하면, 분명 나는 운이 좋았다. 60년 동안 네 명의
독자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어쩌면 이렇게 일찍 사라지는 것에
대한 위안이 될 수 있으리라.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가 부인하기도 한다.
나는 아직 전해줄 게 많기 때문이다."
- 책의 자서전, 안드레아 케르베이커, 79-80p
책이라거나 독서라거나, 서재 같은 단어를 보면, 대략 눈에 뒤집히는 내게
<책의 자서전>, 게다가 부제가 '어느 베스트셀러의 기이한 운명' 정도 되면
환장의 단계에 들어선다. 어떻게 생긴 책인지도 모른채 제목만 보고 산 지는
꽤 되었지만 이제서야 손에 들었다.
이탈리아의 한 고서점에서 헤밍웨이와 스타인벡 사이에 끼어 네번째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책. 아직은 책이 대접받던 시대의 옛 주인에 대한 회고,
작가와 독자와 서점을 둘러싼 소소한 이야깃거리, 새롭게 자길 간택해줄
주인이 누가 될지, 떨리는 마음으로 고대하고 있는 책은 마침내 이렇게 말한다.
그랬다. 그들은 6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할 말이 남아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