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타인

양화 2007. 11. 17. 23:10

타인, 학교 다닐 때부터 내 마음을 어지럽혀온, 두 줄에 담긴 브라우닝의 정의.

 

짐승도 그렇게 싫어했던 적은 없다.

그는 그런 고통을 받아 마땅할 만큼 사악할 게 틀림없다.                       p. 86

 

서구는 오로지 더 잘 경멸하기 위해 타인을 인정하고, 그래놓고서는 돌아오는 대답에 놀라워한다. 페르디난도 카몽은 언젠가 프리모 레비에게 이렇게 말했다. "기독교 문화는 상대방을 개종시키겠다는 목적만으로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을 권장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 개종에 비하면 '타인'의 운명은 하찮은 것이죠. 이런 주장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절멸(絶滅)이 보입니다."                p.88

 

독서일기,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한달에 한 권씩, 2002년 6월부터 2003년 5월까지 꼭 12권의 책을 주제로 쓴 일기다. 책 내용을 요약하거나 해석하려하지 않고 정말 일기 쓰듯 자신의 일상 속에서 그 책이 불러일으킨 상념을 적어내려간 남다른 독서일기다. 알베르토 망구엘의 박학다식, 촌철살인이 돋보이는 책. 되풀이해 읽을 때마다 새로운 영감을 던져줄 듯하다.

 

2002년 9월, 그는 2001년 9월에 있었던 9.11과 당시 현재 진행형이었던 이라크 전쟁을 생각하며 샤토브리앙의 '무덤 저편의 회고록'을 읽는다. 역사 속에서 모습을 바꿔 되풀이되는 공포의 메아리는 바로 '저 타인'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