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설가
인간의 수명이 70살이라고 할 때, 우리는
1. 38300리터의 소변을 본다.
2. 127500번 꿈을 꾼다.
3. 2700000000번 심장이 뛴다.
4. 3000번 운다.
5. 400개의 난자를 생산한다.
6. 400000000000개의 정자를 생산한다.
7. 540000번 웃는다.
8. 50톤의 음식을 먹는다.
9. 333000000번 눈을 깜빡인다.
10. 49200리터의 물을 마신다.
11. 563킬로미터의 머리카락이 자란다.
12. 37미터의 손톱이 자란다.
13. 331000000리터의 피를 심장에서 뿜어낸다.
할아버지는 4번과 7번을 손가락을 가리키고는 손수 종이에다 계산을 했어. 이번에는 곱하기 문제가 아니라 나누기 문제였다.
540000 나누기 3000 = 180
"하루에 사십이해일천이백만경 번 이산화탄소를 배출해내는 인간들로 가득 찬 이 지구에서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까닭은 이 180이라는 숫자 때문이다. 인간만이 같은 종을 죽이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만이 웃을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180이라는 이 숫자는 이런 뜻이다. 앞으로 네게도 수많은 일들이 일어날 테고, 그중에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일이 일어나기도 할 텐데, 그럼에도 너라는 종은 백팔십 번 웃은 뒤에야 한 번 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이 사실을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 된다."
그렇게 말하고 잠시 말을 멈추더니 할아버지가 말했어.
"그러니 네가 유명한 작가가 된다면 우리 인간이란 백팔십 번 웃은 뒤에야 겨우 한 번 울 수 있게 만들어진 동물이라는 사실에 대해 써야만 하는 거야." p. 282-284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후회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나는 인간이 범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죄를 저질렀다. 나는
행복하지 못했다. 망각의 빙하가
내 몸뚱이를 끌고 가 무참하게 내동댕이쳤으면.
부모님은 위험하고도 아름다운 삶의
유희를 위해, 땅과, 물과, 공기와, 불을 위해
나를 낳으셨다.
나는 그분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나는 행복하지 못했다.
그분들의 푸른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나는 하찮은 것들을 교직하는 예술에
매달려 온통 정신을 쏟았다.
그분들은 내게 용기를 물려주셨지만 나는 용감하지 못했다.
불행한 사람의 그림자는 나를
떠나지 않았고 언제나 내 곁에 머물러 있다.
('동전' (1976) 중에서)
책과 밤을 함께 주신 신의 아이러니 (호세 카를로스 카네이로 지음) 에서 재인용
"그 선수 말이에요. 라스베이거스에서 죽은 선수. 그 선수의 고통을 소설로 쓸 수 있겠어요?"
"고통에 대해서 직접 말하는 건 소설이 아니고, 에세이죠. 소설은 단지 작가가 아는 고통을 이야기로 만드는 행위입니다. 내가 죽음을 예감하는 그 권투 선수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면, 난 소설로 쓸 수 있어요."
"그럼 다시 묻죠. 고통이 뭔지 이해할 수 있겠어요?"
달로 간 코미디언, 김연수 지음(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p. 16)
좋은 소설가는 실제로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이라기 보다는 180번 웃음 끝에 우는 그 한 번의 울음을, 고통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