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붉고 비린 상처
양화
2007. 7. 24. 17:33
이런 식으로 인생은 흘러갈 것이다.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 분수의 물방울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있으면 그걸 보고 있던 누군가가 찬물을 끼얹는 법이다. 멋진 일에 가슴이 설렐 때면 반드시 누군가가 '그따위 시시한 것' 하고 속삭인다. 그렇게 해서 까치발을 하다가 주저앉고 손을 내밀다가 뒤로 빼고 조금씩 뭔가를 포기하고 뭔가 조금씩 차갑게 굳어가면서 나는 어른이라는 '특별한 생물'이 될 것이다.
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p. 32
온다 리쿠는 묘하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대표작을 읽었으니 이제 그만, 하면서도 흘낏흘낏 눈길이 간다. 그래서 결국 읽고 만다. 이 사람은 소설을 쓰는 속도가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는 속도보다 빠르다던데.. 벌써 저서가 1백권이라는데... 하지만 연달아 읽으면 그 묘한 분위기가 읽혀서 점점 맛이 없어진다. 아껴 먹어야 한다. 온다 리쿠의 주인공들은 모두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입는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만큼 등장인물들 사이에 거리가 생기고 그게 그대로 책이 되어버린다. 물론 사랑하지 않는다면 상처 따위는 입지도 않겠지. 그 상처가 비현실적이라서 너무 붉고 비리다. 그래서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