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행복한 존재다
"인간은 아무리 큰 슬픔도 이겨낼 수 있다. 마치 인생의 행복을 끝장나게 할 것처럼 보이던 심각한 고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사그라져, 나중에는 그 고민이 얼마나 강렬했는지조차 거의 기억할 수 없게 된다." p. 81
"죄의식은 바람직한 생활의 원동력이 되지 못한다. 실제로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불행하다. 이런 사람은 죄의식 때문에 괴로워하고 자신을 열등한 존재로 여긴다. 또한 자신의 불행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기 쉽고, 그렇기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기쁨을 얻기 힘들다. 열등감을 느끼는 사람은 자신보다 우월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원한을 품으며, 남을 칭찬하기는 망설이면서 쉽게 남을 시샘한다. 디런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기 때문에 갈수록 외툴이가 된다.
다른 사람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관대한 태도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자신도 남들에게서 호감을 얻기 때문에 무한한 행복을 누린다. 그러나 죄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은 마음이 불안하고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태도를 갖지 못한다. 이른바 정신적 통합이 이루어진 사람만이 이런 태도를 가질 수 있다. 정신적인 통합이란, 의식, 잠재의식, 무의식 등 인간 의식의 다양한 층들이 갈등하지 않고 , 조화를 이루어 끊임없이 활동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p. 115-116
"이기적인 동기가 없으면 열정은 생기지 않는다.(p.130)... 행복의 필수조건은 우연히 이웃이 되거나 알고 지내게 된 사람들이 지닌 비본질적인 취미나 욕망에 견주어 자신의 생활방식을 확립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충동으로부터 비롯한 생활방식을 확립하는 것에 있다." p.150
"근본적인 행복은 무엇보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p.168
"관심분야가 많은 사람일수록 행복해질 기회는 그만큼 많아지고 불행의 여신에 휘둘릴 기회는 그만큼 줄어든다. 어떤 한 가지를 잃게 된다고 해도 다른 것에 의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p.174-175
"확실히 어머니가 하는 편이 더 나은 일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자녀가 나이를 먹을수록 다른 사람이 하는 편이 훨씬 나은 일들의 수가 늘어갈 것이다. .... 전문적인 기술이 있는 여성은 어머니가 된 후에도 계속해서 그 기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그 여성 자신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유익하다.(p. 221)....지나치게 자식을 염려하는 것은 소유욕의 위장된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p.222)
"이런 점에서 볼 때, 가사에 전념하는 여성들은 남성들이나, 가정 밖에서 일하는 여성들보다 훨씬 불행한 사람들이다. 가정인 묶인 아내는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도 전혀 없다. 아내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실제로 아는 것은 하나도 없는 남편에게서 당연히 그런 일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 취급받으며, 집안 살림을 어떻게 하느냐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각도에서 평가받는다. 물론 집과 정원을 아름답게 꾸미면서 이웃의 부러움을 살 수 있을 만큼 부유한 여성들은 예외겠지만 이런 여성들의 수는 상당히 적다. 대부분의 경우, 살림만 해서는 남성들이나 직장 여성들이 직업을 통해 얻는 것과 같은 만족을 얻을 수 없다." p. 226-227
"설사 비열한 수단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면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그 당면한 목적이란 것 역시 극히 순간적인 것에 부로간하다는 생각에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당면한 목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펼쳐나갈 원대한 목적을 가지게 될 것이다." p.242
"나는 젊은이들이 과거에 대한 명확한 지식을 가지고, 인류의 미래는 지나온 과거에 비하면 헤아릴 수 없이 길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우리가 알고 있는 행성이 얼마나 작은지,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이 얼마나 순간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지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싶다.
나는 이런 사실들을 통해 개인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를 강조하는 한편, 동시에 다른 여러가지 사실들의 제시를 통해 한 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위대함과 우주 공간 어디에도 인간과 같은 능력을 가진 생명체의 존재가 밝혀진 바가 없다는 점을 젊은이들의 마음속 깊이 새겨주고 싶다." p. 243
"사람들이 처한 불행한 광경을 보면서 순수한 의미의 이타적인 고통을 느끼는 사람은, 그가 느끼는 고통이 거짓이 아니라면 그 불행을 덜어줄 수 있는 힘을 가지기를 원할 것이다. 힘에 대해 전혀 무관심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들뿐이다. 그렇게 때문에 특정한 형태의 권력욕은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의 자질 중 하나로 인정된다." p. 252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한 성원임을 자각하고, 우주가 베푸는 아르다운 광경과 기쁨을 누린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뒤를 이어 태어나는 사람들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죽음을 생각할 때도 괴로워하지 않는다. 마음속 깊은 곳의 본능을 좇아서 강물처럼 흘러가는 삶에 충분히 몸을 맡길 때, 우리는 가장 큰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p. 266
버트란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 중에서
이 책이 쓰여진 때가 1930년대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바로 엊그제 씌어진 책이라고 해도 될 만큼 아주아주 현실적이다. 이 책은 먹고 살 만한 사람들임에도 불행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씌어졌는데, 이유없이 불행한 현대인들에 대한 처방이 정확하다. 누구라도, 자신이 간혹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이 책에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을 정도다. 나 같은 경우는 거의 모든 부분에 해당되는데, 질투나 피해망상, 죄의식, 여론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들이 특히 날카롭게 느껴졌다. 러셀에 따르면, 행복해지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중용을 지키며, 사회와 타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라는 것이다. 간단해 보이는데, 쉽지 않다. 인간에 대한 이런 낙관적인 전망을 읽고 난 후 바로 '프리모 레비'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데, 굉장히 힘들다. 이 인간과 저 인간이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