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지음/박희병 옮김/돌베개/188면/2005
제목마저 정다운 이 책은 연암 박지원이 가까운 친구와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책입니다. 일기나 편지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고 있어 언제나 재미난데, 그게 아주 의외의 인물일 때는 더욱 흥미롭습니다. 연암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너의 첫 편지에서는 "태어난 아이가 미목(眉目)이 수려하다"고 했고, 두번째 편지에서는 "차츰 충실해지는데, 그 사람됨이 그리
평범치 않다"라고 했으며, 간(侃)이의 편지에서는 "골상이 비범하다"고 했다.”
“대저 이마가 넓다든지 툭 튀어나왔다든지 모가
졌다든지, 정수리가 평평하다든지, 둥글다든지 하는 식으로 왜 일일이 적어보내지 않는 거냐? 궁금하다” 첫 손자의 모습을 눈에 본 듯 보고 싶어
투정 아닌 투정을 하는 대학자를 상상해 보십시오. 또 상처한 후 홀로 지내면서 자신이 수령으로 있는 관아 뒤뜰에서 간장이며 고추장을 담그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리고는 그 장을 아이들에게 보내놓고 맛이 어떠냐, 괜찮으면 계속 담가보겠다고 하는 것이나
하인 아무개는 덜렁거려 아이를 잘 떨어뜨리니 손자를 안지 못하게 하라는 둥, 또 과거를 앞둔 큰 아들에게 인파를 조심하라는 다소 엉뚱한 당부를
하는 모습, 친구에게 아침에 찾아가려는데, 밥은 먹을 수 있겠냐고 묻는 것 등 자상하다 못해 소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일상생활이 점잖게(?)
쓰여져 있습니다.
이 책의 옮긴이는 “연암이 보여주는 이 모든 얼굴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대를 벗어날 정도의 큰 흠이나 위선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저 역시 가까이 들여다 본 그의 일상이 그가 추구한 학문세계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 연암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불과 3백 년도 안된 우리 글을 번역을 통해서밖에 읽을 수 없다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한문 공부가 필요한 이유가 단순히
시험에 필요해서만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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