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도시가 잊지 말아야 할 것

양화 2008. 4. 17. 17:38

장소의 역사성이 빠지면 도시의 문화를 형성해온 근간을 잃어버리는 것이고, 다시 무의 토대에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흘러야 한다. 영국의 도시들은 그것을 잊지 않고 있다.   p. 199

 

박훈규 오버그라운드 여행기, 박훈규 지음

 

역시나 여행책 때문에 자료 삼아 읽은 책. 먼저 나온 "언더그라운드 여행기"가 꽤 화제가 되었던 모양인데, 보기만 해도 정신없는 꽉 찬 그림들이 싫어서 이제야 접했다. 오버그라운드 여행기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영국 디자인 여행 정도? 런던을 비롯해서 온 지역의 예술적 가치가 있는 거리 미술,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건물, 조각품 등을 찾아다닌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도 깊은 애정이 드러나있지만 그보다는 거리에서 찾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보여준다. 런던 거리에서 만난 거리 예술가 뱅크시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도 흥미진진하고, 카페에 앉아서 혹은 사진 촬영이 금지된 미술관 등에서 슥슥 그려낸 스케치도 따뜻하다.

 

영국의 현대 미술에 대해 소소하게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 도시 전체를 보는 시각이 좋다. 영국의 도시들이 그 역사성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 아마도 저자는 그것이 가장 부럽고, 돌이켜봤을 때 우리에게 가장 아쉬운 것이었으리라. 디자인 여행이라는 목적의식을 갖고 있지만 중간중간 거기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시선, 먹고 마신 경험 등이 심심치 않게 해준다. 무엇보다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부분과 전체를 적절히 활용해 신선하게 편집한 디자인 감각과 요소들에 매료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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